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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MA기고] 확산되는 미 자동차업계의 위기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08-04-10 11:27     조회 : 3076    

GM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으로 시작된 5월에 GM과 포드의 부진에 대한 미국 현지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올 1/4분기 GM과 포드의 미국시장 판매점유율은 44.8%로 전년 동기대비 2.8% 포인트가 하락했으며, 그 자리를 일본과 한국 업체가 채웠다.
GM과 포드의 위기 원인으로는 가격, 품질, 디자인 등의 경쟁력 열위와 더불어 과도한 의료보험과 연금 부담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서는 그 파장을 중심으로 세계 자동차산업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GM·포드 경영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미 부품업계
GM과 포드의 부진은 일차적으로 각 사로부터 분사한 거대 부품업체 델파이(Delphi)와 비스티온(Visteon)의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델파이와 비스티온은 그래도 나은 편이어서 당장 지불불능 상태에 직면하고 있지는 않다. 델파이는 3월말 현재 1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델파이의 현직 CFO가 핵심적 현안을 유동성 문제라고 인정하듯이 현금 부족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델파이는 비용절감을 위해 올해 들어 지금까지 3개의 공장을 폐쇄했으며 연말까지 임시직 포함 8,500명의 해고 계획을 발표한 상태이다.
비스티온도 8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나 연말까지 최소한 2억 5,000만 달러의 현금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포드로부터 추가적인 금융지원이 없으면 올 하반기에는 대금 지불 능력을 잃게 된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한 상태이다.
자동차업계에서 위기는 파급될수록 강도가 커진다. 하위 부품업체들은 이미 현금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있다. 올해 초 메리디안(Meridian Automotive Systems)과 타워(Tower Automotive)가 각각 미국 연방 파산법상의 회사재편제도(Chapter 11 Reorganization)를 신청했으며 최근에는 콜린스앤애이크만(Collins & Aikman)이 이에 합류하였다. 이러한 부품업체의 유동성 위기의 다른 요인 중 하나는 과거에는 금융회사들이 부품업체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7일 이내에 자금을 대출해 주었으나 작년에 미 증권위원회가 그러한 관행을 불법이라고 판정하면서 단기 자금줄이 막힌 상태라는 점이다.

국외로 퍼지고 있는 파장
미국 자동차산업 부진의 여파는 국경을 넘고 있다. 미국 완성차업체 뿐 아니라 다수의 부품업체들이 진출해 있는 멕시코는 국가경제의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델파이만 해도 멕시코에 54개 공장에서 6만 8,000명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우려도 무리는 아니다.
한편 전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는 일본업체들도 부정적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GM의 위기 탈출을 돕기 위해 GM에 친환경자동차 기술을 넘겨주겠다느니, 미국 내 일본차 판매가격을 높이겠다느니 하는 발언을 흘리면서 미국의 눈치 보기에 바쁜 실정이다.
자유무역과 경쟁을 주장해 온 미국 정부는 당장 공개적인 지원책을 거론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외국자동차 업체들이 공화당의 텃밭인 남부지역에 외국자동차업체의 공장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회 로비스트 간에는 GM 붕괴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즉 GM의 상황이 구 소련 붕괴 시와 유사하며 후처리 방안도 결국 공장의 분할매각으로 가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공동 로비단체를 통해 한국과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 입법을 추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어 우리나라 업계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태이다.

‘마른수건 짜기’를 강화하고 있는 일본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전세계적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절감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지난 2월 도요타는 비용절감의 귀재로 불리는 와타나베 가쓰아키를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강력한 원가절감 의지를 보여주었다. 4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싼 가격 보다 10% 싼 조달'을 목표로 한 ‘新원가절감책’ 추진을 발표했으며, 이어 5월에는 IT기술을 활용하여 2~3년 내에 신차 개발기반을 8개월로 단축할 방침을 밝혔다. 닛산도 개발조직과 판매조직의 개편을 단행했으며 2007년까지 10%의 비용절감을 목표로 하면서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신차의 원가를 중국에서의 원가에 맞출 계획이다.

현실화되고 있는 ‘수출거점’으로서의 중국
중국은 이제 단순히 거대시장이 아니다. 중국의 1분기 자동차 수출대수는 전년 동기대비 234.4% 증가한 17만 3,000대(CKD포함), 수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86.7% 증가한 3억 3,300만 달러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수출의 절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본격적으로 중국의 수출거점화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혼다가 광저우 시에 지은 중국 최초의 수출전용 공장인 本田汽車가 5월부터 유럽시장 수출용 차의 생산을 시작하였다. 한편 연초에 미국의 한 딜러가 중국산 차의 미국수입 계획을 밝힌데 이어 지난 4월에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중국에서 생산된 소형차를 북미지역에 수출하겠다고 발표하여 전미자동차노조(UAW)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이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도 세계 자동차시장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위치에 와 있다. 경쟁국 및 경쟁업체의 동향을 추적해 가면서 우리에게 끼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꾸준히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BMR컨설팅 자동차산업연구센터 / 김철환
KAMA저널 6월호